[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인공지능(AI) 경쟁이 가열화하면서 핵심 시설인 ‘데이터센터’ 구동을 위한 전력 수급에 전 세계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상황이 유럽연합(EU)의 탈탄소화 목표와 양립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29일(현지시각) ‘유럽은 전력에 굶주린 데이터 센터와 환경 목표 사이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를 내어 이 같은 내용을 전했다.
데이터센터는 데이터를 저장·교환하는 기반 시설이다. 막대한 양의 전기를 사용하는 탓에 ‘전기 먹는 하마’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특히 기술 발달로 AI 모델 학습에 있어 필수 부품인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데이터센터에 고밀도로 배치할 수 있게 되면서, 전력 소비량은 더욱 막대해지고 있다.
GPU는 고밀도 컴퓨팅 전력을 통해 작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다량의 열이 방출된다. 칩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선 온도를 낮추는 ‘냉수 냉각’ 작업을 진행해야 하며, 이를 위해 대규모 전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몰려 있는 미국 시장에서 AI 경쟁력 선취하려는 “우주 전쟁”이 벌어지며, 유럽 장비 공급 업체들에 기존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냉각 기술들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AI 경쟁 심화로 오는 2030년까지 데이터 센터 구동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현재보다 160%가량 오를 것이란 연구 결과를 내놨다.
독일 데이터센터 개발사인 NDC-GARBE의 전무이사 헤르베르트 래들링거는 CNBC에 “미국의 칩 설계업체들은 더 뜨거운 AI 칩에 맞게 유럽 주요 장비 공급업체들에 수온을 낮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CNBC는 이 같은 상황이 탈탄소화 목표를 위해 에너지 소비를 큰 폭으로 줄인다는 EU 목표와 배치된다고 분석했다.
EU는 2030년까지 에너지 소비를 현재보다 11.7% 줄인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유럽데이터센터협회(EUDCA) 의장인 마이클 윈터슨은 수온을 낮추는 것이 이 같은 EU의 에너지 효율 지침과 “근본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EU는 2030년이 되면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18년보다 약 28%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는데, AI 경쟁 가열화로 일부 국가에선 그 수치가 2~3배 더 증가할 것이란 예상도 내놨다.
세계 최대의 데이터 센터 전문 투자회사인 에퀴닉스 부사장 파르한 구넨은 “고객들은 서버 밀도를 높이고 싶어 한다. 즉 더 높은 전력을 사용하는 칩을 원하거나 더 많은 서버를 원한다”며 “이는 유럽의 에너지 정책과는 명확하게 들어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액체 냉각 기술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으며, 이미 새로운 데이터센터는 해당 기술을 갖추고 있다며 이를 확충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구넨은 “데이터센터 내 칩 배치 밀도가 높을수록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고 냉각 요구 사항도 늘어난다”며 “하지만 기술이 바뀌고 있으므로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여러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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