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불법 스팸 문자 급증으로 국민들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관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의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에서도 정부의 불법 스팸 대응 미비를 지적하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떴다방’ 식의 문자 재판매사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정부의 단속이 허술하다는 것이 한계로 지목된다.
지난 25일 마무리된 올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최대 현안 중 하나로 불법 스팸 문제가 떠올랐다.
특히 최근 폭증한 불법스팸문자에 대해 행정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대로된 제재를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다수 제기됐다. 방통위가 불법 스팸에 대한 대책으로 정보통신망법 위반 업체에 과태료 처분을 하고 있으나, 금방 사라지거나 소재가 불분명한 ‘떴다방’식의 업체들은 사각지대에 있는 상황이다.
방통위가 떴다방 같은 사업자에 대한 대책으로 올해 6월 ‘대량문자 전송자격인증제’ 자율운영 가이드라인을 시행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 대량문자 전송자격인증제는 문자재판매사가 KT나 LG유플러스 등 문자 중계사의 사전 인증을 받아야 광고성 문자를 전송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에 따르면 지난 9월 30일 기준 인증 신청업체 수는 전체의 10%에 그쳤다. 또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 대량문자 전송자격인증제 인증심사 절차를 신청한 문자 재판매사는 94곳에 그쳤다.
당초 방통위는 오는 11월 30일까지 사업자에 대한 인증을 완료해 이 제도를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문자재판매사들이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문자재판매사들이 사업자 등록 신고제 요건의 미비점을 남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민수 의원이 중앙전파관리소에서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허술한 등록요건과 절차의 틈새로 불법 판매사들이 난립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상 부정가입 방지, 거짓표시 번호 확인 등 번호 ‘변작’과 관련한 전담인력을 1명 이상 둬야 한다는 요건에 미비한 업체도 등록이 되거나, 100만건 이상의 불법스팸 신고가 접수된 업체 중 폐업한 업체가 재등록을 하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문자재판매사에 대한 방통위 징계도 부실한 상황이다. 이정헌 의원이 방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 스팸 발송을 이유로 문자 재판매사에 부과된 과태료의 징수율은 65.9%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68.7%, 2022년 67.8%에서 지속 하락세다.
◆스팸 급증에 긴급 점검 나선 방통위…점검 결과 발표는 깜깜
일각에서는 급기야 불법 스팸 문자의 급증 원인이 문자중계사, 문자재판매사 등 문자사업자와 불법 스패머 간의 결탁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방통위는 KISA(한국인터넷진흥원)와 지난 6월 20일부터 7월 31일까지 상반기 불법 스팸 신고 이상 급증 현상에 대한 긴급 점검을 실시하고,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실에 보고했다. 점검 결과 특정 문자중계사의 대량발송문자에 불법 스팸 신고가 과반 이상 집중됐다. 특정 문자중계사의 경우 스팸 신고 비중이 2022년 14.99%(204만건)에서 2023년 54.33%(7995만건)로 1년 만에 4배 가까이 높았다.
이를 두고 김 의원은 일부 문자사업자가 수익을 목적으로 불법 스패머의 행위를 방조, 묵인했으며 나아가 조장하는 등 사실상 결탁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초 스팸 원인으로 문자 재판매사 수십 곳이 최근 해킹당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됐지만 실상은 이러한 결탁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방통위 측은 이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올해 스팸 건수 4억건 육박 예상…스미싱 등 관련 피해 우려
KISA의 ‘휴대폰 스팸 신고 및 탐지 건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1~8월 휴대폰 스팸 건수는 2억8041만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보다 68% 증가한 숫자다. 지난해 전체인 2억9550만건의 95%에 해당한다.
연도별로 1~8월 누계 스팸 건수는 2021년 3086만 건, 2022년 2773만 건, 지난해 1억6700만 건, 올해 2억8041만 건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이후 문자재판매사 등록이 크게 증가하는 등 문자발송 서비스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을 스팸 급증 원인으로 추정한다. 문자재판매사는 올 6월 기준 1174개를 기록하는 등 난립하고 있다.
스팸 유형은 불법도박·대출, 불법 주식·투자 리딩, 대리운전, 성인물 등 다양하다. 문제는 불법 스팸으로 인한 피해액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불법 스팸문자는 URL 클릭을 통해 개인·금융정보를 탈취하는 스미싱 범죄 등 2차, 3차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8월까지 총 3248건의 스미싱 범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난해 집계된 스미싱 범죄 피해 금액은 약 144억원이었다.
◆방통위, 문자사업자 과징금 제도 도입…과기정통부 “불법 스팸 종합 대책 발표”
방통위는 문자사업자 제재를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들 사업자의 불법 수익을 환수하기 위한 과징금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또한 대량문자 발송자의 신원확인 체계를 개선하고, 스팸 신고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문자중계사에 대해 전송속도 제한 조치에 나설 예정이다. 대량문자 전송자격인증제를 법제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방통위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17일 국장급 정책협의회를 열어 불법 스팸 피해 예방과 개인정보 침해 공동 대응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개인정보보호 취약 사업자에 대한 공동점검을 실시하고 내년부터는 방통위의 이용자 보호 업무 평가에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사항도 반영할 계획이다.
대량문자 중개사, 문자 재판매사 등록을 책임지고 있는 과기정통부 역시 조만간 불법 스팸 종합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과방위 종합감사에서 “10월 말~11월 초에 불법 스팸 종합 대책 발표를 준비 중이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답했다.
국회에선 불법 스팸 발송과 관련해 법을 위반하는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에게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의 최대 3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도 스팸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 문자 중계사가 과도한 불법스팸 문자를 발송할 경우 발송을 직접 제한하는 등의 관리 강화 방침을 담은 공문을 국내 모든 문자 중계사에게 전달했다. 이후 불법스팸 발송량이 많은 일부 문자 중계사에 대해서는 지난 17일 전송 속도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이슈 뉴스에서 더 알아보기
구독을 신청하면 최신 게시물을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