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료 사태 해결을 위한 의정 대화의 조건으로 의대 증원 감축을 거론해 주목된다.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한 이후 원점 재검토, 의대 증원 유예를 요구해오다 한 발 물러선 모습이다. 7개월 넘게 이어져온 의정 갈등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이날 의정 대화의 조건으로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 조정을 요구하면서 내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2026학년도의 경우 감원도 가능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2025학년도 대입 수시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만 입시가 끝나기 전 조정 가능하다”면서 “늘어난 1500명을 도저히 교육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교육 가능한 수준으로 법적·절차적 변경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2020년 9·4 의정 합의를 정부가 어기면서 파탄 난 의정 신뢰는 정부가 다시는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정책을 이렇게 전문가 집단을 악마화하면서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2025년에 초래될 의대 교육의 파탄을 이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2026년부터는 감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장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의료계 내부에선 “의협이 한 발 물러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의협이 “내년에 (의대에서)신입생을 포함해 7500명을 가르쳐야 하는데, 의대 교육 파탄에 어떻게 대응할지 답을 달라”고 요구하긴 했지만, 정부에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내지 유예를 요구해오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사실상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앞서 의협은 2025학년도·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유예한 뒤 2027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투명하고 과학적인 추계를 거쳐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의협은 2025학년도 대입 수시 모집이 시작된 지난 9일 “의대 증원 백지화는 전공의 복귀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라면서 2027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재논의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정부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과 관련한 논의는 불가능하지만,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재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여서 향후 의정 대화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 개혁 추진 과정에서 필수 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병원을 떠난 이래 나온 정부의 첫 사과다.
그러면서도 조 장관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대학 입시 절차에 들어갔기 때문에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임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조정이 불가능하다고 재차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대통령실 모두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논의는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초 정부는 “의료계가 과학적·합리적 의견을 제시하면 재논의가 가능하다”고 밝혔고, 대통령실도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원점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쥔 전공의와 의대생이 의협의 입장 변화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관건이다. 두 단체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의료계 내부에선 “(의협이)2025년에 초래될 의대 교육의 파탄을 피할 수 없다면 2026년부터는 감원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면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복귀한다고 생각하느냐”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과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2월 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이후부터 2025학년도 의대 정원부터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의협은 오는 2일 전국의대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 의료계 단체들과 연석회의를 갖고 향후 사태 대응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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